침묵의 질병

타카야수 동맥염: 젊은 여성에게 흔한 희귀 혈관염

zidan05 2025. 4. 9. 23:48

타카야수 동맥염이란? — 대혈관에 발생하는 만성 염증성 질환

 

**타카야수 동맥염(Takayasu Arteritis)**은 주로 대동맥과 그 주요 가지에 염증이 생기는 만성 자가면역성 혈관염입니다. 20~40대 젊은 여성, 특히 아시아계 여성에게서 상대적으로 높은 발병률을 보이며, 전 세계적으로는 인구 100만 명당 약 1~3명꼴로 보고되는 희귀질환입니다.

이 질환은 혈관 벽에 자가면역 반응으로 인한 염증이 생기며, 시간이 지나면 혈관이 두꺼워지고 좁아지거나, 약해져서 동맥류가 형성될 수 있습니다. 염증이 가장 자주 발생하는 부위는 대동맥과 그 주요 분지로, 특히 경동맥, 쇄골하동맥, 신장동맥, 대동맥궁 등이 침범되면 다양한 전신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타카야수 동맥염은 1908년 일본의 안과 의사 타카야수 박사가 처음으로 안저혈관 이상을 보고하면서 이름 붙여졌습니다. 초기에는 원인이 알려지지 않았으나, 현재는 자가면역 반응이 중심 병태생리로 받아들여지고 있으며, 일부에서는 결핵균과의 연관성도 제기됩니다.

이 질환은 서서히 진행되기 때문에 초기에 단순한 피로, 체중 감소, 미열 등으로 오해되기 쉽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혈압 차이, 맥박 소실, 협심증, 뇌졸중 등 생명을 위협하는 증상으로 악화될 수 있어, 조기 진단과 치료가 생명을 구하는 데 매우 중요합니다.


타카야수 동맥염의 주요 증상과 진단 방법

 

타카야수 동맥염은 초기에는 전신성 염증 반응으로 인해 피로감, 식욕 저하, 미열, 관절통 등 비교적 비특이적인 증상들이 나타나며, 이로 인해 다른 자가면역 질환이나 감염 질환으로 오인되기 쉽습니다. 질병이 진행됨에 따라 혈관 협착이나 폐색으로 인한 국소 증상이 발생하며, 이때부터는 보다 명확한 진단적 단서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대표적인 특징 중 하나는 상지와 하지의 혈압 차이입니다. 혈관이 협착되면 해당 부위의 혈류가 줄어들면서 한쪽 팔의 맥박이 약해지거나 사라지고, 혈압 측정값이 비정상적으로 낮게 나오는 현상이 관찰됩니다. 이로 인해 ‘맥없는 질환(pulseless disease)’이라는 별칭도 있습니다.

또한 뇌로 가는 혈류가 감소하면 어지럼증, 실신, 시야 흐림, 일과성 허혈 발작(TIA) 등이 나타날 수 있으며, 심장 동맥이 침범되면 흉통, 협심증, 심근경색 등도 발생합니다. 신장동맥 협착은 고혈압의 원인이 되며, 그 자체로 신부전의 위험을 높이기도 합니다.

진단은 혈액 검사보다는 영상 검사가 핵심입니다. 혈관 초음파, CT 혈관조영술, MRI, PET-CT, 대동맥조영술 등을 통해 혈관 벽의 두꺼워짐, 협착, 폐색, 동맥류 등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또한 급성기에는 CRP, ESR 등의 염증 수치 상승도 진단에 도움이 됩니다. ACR(미국류마티스학회) 진단 기준이나 EULAR/PRINTO/PRES 소아기준 등을 참고하여 진단의 정확도를 높입니다.

타카야수 동맥염: 젊은 여성에게 흔한 희귀 혈관염



타카야수 동맥염의 치료 전략 — 약물과 시술의 병행

 

타카야수 동맥염은 완치가 어려운 만성 질환이지만, 조기 진단 후 적극적인 면역억제 치료를 시작하면 예후를 상당히 개선할 수 있습니다. 치료의 첫 단계는 **고용량 스테로이드(예: 프레드니솔론)**로 염증을 빠르게 억제하는 것이며, 이후 점차 감량하여 유지요법으로 전환합니다.

스테로이드 단독으로는 재발률이 높기 때문에, 보통은 **면역억제제(예: 메토트렉세이트, 아자치오프린, 사이클로포스파미드)**를 병용하며, 일부 중증 환자에게는 **생물학적 제제(예: 토실리주맙, 인플릭시맙)**가 사용되기도 합니다. 이러한 치료는 염증 억제뿐만 아니라 혈관의 협착 및 손상 진행을 늦추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이미 혈관이 심하게 좁아져 허혈 증상이 심하거나 장기 기능 손상이 우려되는 경우, **혈관 성형술(balloon angioplasty)**이나 스텐트 삽입술과 같은 혈관 중재 시술이 고려됩니다. 하지만 염증이 활발한 시기에 시술을 시행하면 실패율이 높기 때문에, 면역학적 안정화 후 시행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질병은 대부분 재발과 관해를 반복하는 경과를 보이며, 재발 시에는 같은 부위 혹은 새로운 부위에 혈관 염증이 생길 수 있습니다. 따라서 정기적인 혈관 영상 검사와 염증 지표 추적이 필수이며, 환자 역시 꾸준한 약물 복용과 생활 관리를 통해 재발 위험을 줄이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타카야수 동맥염 환자의 삶과 사회적 지원

 

타카야수 동맥염은 신체적으로도 부담이 크지만, 정신적·사회적으로도 매우 큰 영향을 미치는 질환입니다. 특히 20~40대 여성 환자가 많다는 점에서, 학업, 사회생활, 결혼, 출산 등 인생의 핵심 시기에 중대한 제약을 받을 수 있습니다. 만성적인 피로감, 반복되는 진료, 약물 부작용, 외모 변화 등으로 인해 심리적인 위축감을 호소하는 환자도 적지 않습니다.

고용량 스테로이드 복용 시 체중 증가, 부종, 월상안, 불면증, 골다공증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으며, 이로 인해 자아상 손상, 우울증, 불안장애 등이 동반되기도 합니다. 따라서 심리상담, 정서적 지지, 질환 커뮤니티 참여 등이 병행되어야 하며, 이는 환자의 치료 순응도와 삶의 질 향상에 결정적 역할을 합니다.

다행히 대한민국에서는 희귀질환 등록 및 산정특례 제도를 통해 타카야수 동맥염 환자에게 진료비 경감 혜택을 제공하고 있으며, 국가 희귀질환센터와 지역 보건소를 통한 정보 제공 및 치료 연계도 가능합니다. 하지만 많은 환자들이 해당 제도에 대한 정보를 잘 알지 못해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의료진과 지자체의 적극적인 홍보와 안내가 필요합니다.

마지막으로, 이 질환은 외형상으로 큰 이상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사회에서 ‘건강해 보인다’는 이유로 질환의 어려움을 인정받지 못하는 일도 많습니다. 보이지 않는 고통을 이해하려는 사회적 인식 개선과 제도적 뒷받침이 함께할 때, 타카야수 동맥염 환자들도 안정된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