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전체 글35

의사결정 기록이 사라질 때 반복이 시작된다 1. 기록되지 않은 판단은 존재하지 않는 것과 같다 의사결정은 그 순간에는 분명히 존재한다. 누군가는 회의를 열고, 누군가는 숫자를 검토하고, 누군가는 최종 결재를 한다. 그 과정은 분명히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는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기억은 희미해지고, 맥락은 사라지며, 당시의 긴박함과 조건은 왜곡된다. 결국 기록되지 않은 판단은 존재하지 않는 것과 다르지 않다. 조직은 과거를 잃어버리고, 현재의 판단을 매번 ‘처음’처럼 반복하게 된다. 많은 조직은 결과만 남긴다. 승인 여부, 실행 여부, 손실 금액, 회수율 같은 수치만 남고,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는 남지 않는다. 그러나 의사결정의 핵심은 결과가 아니라 전제와 가정, 그리고 그 판단이 내려진 환경이다. 당시 시장 상황은 어땠는지, 내부 자금 여.. 2026. 2. 15.
자금 규모보다 회수 구조가 먼저 무너지는 이유 1. 자금은 숫자이지만, 회수는 시스템이다 많은 조직이 자금 규모를 성장의 기준으로 삼는다. 운용 자금이 늘어나고, 집행 건수가 증가하며, 총 노출액이 커질수록 외형은 안정적으로 보인다. 그러나 자금은 단순한 수치에 불과하다. 그것은 현재의 크기를 보여줄 뿐, 그 자금이 어떻게 돌아오는지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는다. 반면 회수 구조는 자금이 순환하는 방식, 즉 조직의 생존을 좌우하는 흐름 그 자체다. 회수 구조는 단순히 채권을 받아내는 과정이 아니다. 그것은 사전 심사 기준, 담보 설정 방식, 상환 일정 설계, 연체 대응 매뉴얼, 법적 절차 준비, 내부 보고 체계까지 모두 포함한 유기적 체계다. 이 중 하나라도 약해지면 전체 흐름이 흔들린다. 자금 규모가 아무리 커도 회수 구조가 취약하면 현금.. 2026. 2. 15.
운영의 ‘유연성’이 손실로 전환되는 순간 1. 유연함이라는 이름으로 시작된 작은 타협 어떤 조직도 처음부터 원칙을 무너뜨리려는 의도로 운영을 시작하지 않는다. 오히려 대부분은 명확한 내부 기준과 절차를 갖추고 출발한다. 문제는 그 기준이 실제 현장의 복잡성을 모두 담아내지 못할 때 발생한다. 서류상 담보 비율은 적정하지만 위치가 애매하거나, 차주의 재무제표는 약하지만 실제 사업 흐름은 나쁘지 않아 보이는 경우처럼 애매한 상황이 등장한다. 이때 담당자는 규정을 기계적으로 적용하는 대신 상황을 고려한 결정을 내리고 싶어진다. 그 순간 유연성은 합리적 판단처럼 보인다. 처음의 타협은 아주 작다. 내부 한도를 약간 초과하거나, 상환 계획을 조금 완화하거나, 보완 서류를 사후에 받기로 약속하는 수준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위험해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경.. 2026. 2. 14.
판단이 개인에게 귀속될 때 발생하는 구조적 한계 1. 권한 집중이 만드는 판단 왜곡의 시작점 조직에서 판단이 개인에게 귀속된다는 것은 단순히 결재권이 한 사람에게 있다는 의미가 아니다. 그것은 정보의 해석권, 리스크의 정의권, 실패의 의미를 규정하는 권한까지 한 개인에게 집중되어 있다는 뜻이다. 특히 소규모 금융 조직이나 대부, NPL 실무 환경에서는 대표자 혹은 총괄 실무자의 판단이 곧 회사의 전략이 되는 경우가 많다. 초기에는 이것이 기동성으로 작용한다. 보고 단계가 짧고 승인 절차가 단순하므로 빠른 의사결정이 가능하다. 그러나 속도가 통제 장치를 대체하는 순간부터 구조적 한계는 시작된다.판단 권한이 한 사람에게 집중되면 조직은 그 사람의 경험과 성향을 기준으로 움직이게 된다. 데이터는 존재하지만 해석은 개인의 확신에 종속된다. 동일한 수치를 보고.. 2026. 2. 14.
위험을 통제하지 못하는 조직의 의사결정 패턴 1. 위험 신호를 무시하는 조직의 초기 판단 오류 위험을 통제하지 못하는 조직의 문제는 대개 “큰 사고”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오히려 사소하고 애매하며, 아직 숫자로 드러나지 않은 신호를 어떻게 해석했는가에서 갈린다. 소규모 대부업이나 NPL 조직에서는 특히 이 초기 단계의 판단이 치명적이다. 연체 가능성, 담보 가치 하락, 차주의 태도 변화 같은 신호는 분명 존재하지만, 조직은 이를 ‘아직 문제는 아니다’라는 말로 덮어버린다. 이때 위험은 제거되지 않고 해석만 유예된다. 문제는 이 유예가 반복될수록 위험이 ‘개별 사건’이 아니라 ‘조직의 전제’가 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한 건의 연체가 발생했을 때 이를 시스템 문제로 보지 않고 “이 차주만의 특수한 사정”으로 분류하는 순간, 조직은 스스로 통제 .. 2026. 2. 12.
실패를 기록하지 않으면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1. 기억 의존 운영 · 실패가 왜곡되는 출발점 실패를 기록하지 않는 조직에서 가장 먼저 벌어지는 일은 실패의 망각이 아니다. 실패의 왜곡이다. 소규모 대부업, NPL 실무 현장에서 사람들은 종종 이렇게 말한다. “그때는 어쩔 수 없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상황이 특수했다”, “다시 하면 다르게 할 수 있다”. 이 말들은 모두 틀리지 않았다. 문제는 이 말들이 기록이 없을 때만 반복적으로 등장한다는 점이다. 인간의 기억은 결과가 아니라 감정을 중심으로 재구성된다. 손실이 확정된 뒤 시간이 지나면, 실패의 원인은 외부 환경으로 이동하고, 자신의 판단은 점점 정당화된다. 기록이 없으면 실패는 더 이상 구체적인 사건이 아니라 “그런 일이 있었다”라는 흐릿한 인상으로만 남는다. 이 상태에서 실무자는 같은 .. 2026. 2.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