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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과 사정을 분리하지 못한 판단 1. 눈물 앞에서 무너진 기준 실무 현장에서 “눈물”은 생각보다 자주 등장한다. 채무자의 울음, 사정, 절박한 표정은 단순한 감정 표현이 아니라 상대의 판단을 흔들기 위한 가장 강력한 장치로 작동한다. 특히 소규모 대부업이나 NPL 실무자는 은행처럼 조직화된 시스템이 아닌, 개인의 판단과 경험에 크게 의존하기 때문에 이 감정의 파급력은 훨씬 크다. 문제는 이 눈물이 사정에 대한 설명이 아니라 판단 기준을 무너뜨리는 트리거가 되는 순간이다. 처음에는 누구나 마음이 흔들린다. “정말 힘들어 보인다”, “이 정도 사정이면 한 번은 봐줘도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이때 실무자는 스스로를 인간적인 사람이라고 느낀다. 냉정하게 자르지 않고, 상황을 이해해 주는 선택을 했다고 믿는다. 하지만 이 믿음은 곧 착.. 2026. 2. 6.
지인 소개라는 이유로 검증을 생략한 결과 1. 신뢰라는 이름의 착각 “지인이 소개해줬다”는 말은 많은 사람들에게 일종의 안전장치처럼 받아들여진다. 특히 한국 사회처럼 인맥과 관계를 중시하는 문화에서는 지인 소개라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상대방에 대한 경계심이 눈에 띄게 낮아진다. 이미 알고 지내는 사람의 추천이라는 사실이, 그 대상에 대한 객관적인 판단을 대체해버리는 순간이 발생한다. 문제는 이 신뢰가 검증을 생략해도 되는 근거는 아니라는 점이다. 오히려 신뢰가 개입되는 순간, 사람은 더 쉽게 판단 오류를 범하게 된다. 지인 소개로 만난 대상에 대해서는 “설마 문제 있겠어?”, “○○가 소개해줬는데”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따라붙는다. 이 말 속에는 명확한 논리나 데이터가 존재하지 않는다. 오직 관계에서 비롯된 정서적 신뢰만이 있을 뿐이다. 하지만 .. 2026. 2. 6.
성실해 보이던 대표가 연락을 끊기까지 1. 첫 미팅에서 느꼈던 ‘안도감’이라는 착각 그 대표를 처음 만났을 때, 나는 솔직히 마음이 놓였다. 말수가 적었고, 질문에는 짧지만 정확하게 답했다. 불필요한 미사여구도 없었고, “잘될 겁니다” 같은 공허한 낙관도 없었다. 오히려 그는 자신의 상황을 다소 비관적으로 설명했다. 매출이 줄어든 이유, 거래처가 이탈한 배경, 고정비 구조의 문제까지 스스로 먼저 꺼냈다. 보통 위험한 대표들은 문제를 축소하거나 책임을 회피한다. 하지만 그는 달랐다. 모든 이야기를 자기 책임으로 끌어안고 있었다. 나는 그 태도를 ‘성실함’으로 해석했다. 성실하다는 인상은 실무자에게 가장 강력한 마취제다. 이 사람은 도망치지 않을 것 같고, 대화를 피하지 않을 것 같고, 최소한 상황을 공유할 것이라는 기대를 심어준다. 그 기대.. 2026. 2. 5.
말이 너무 논리적인 채무자를 경계하지 못한 이유 1. 논리적 화법이 신뢰로 오인되는 최초의 순간 채무자를 처음 만났을 때, 나는 그를 ‘위험한 사람’이라고 느끼지 않았다. 오히려 그 반대였다. 그는 감정적으로 흔들리지 않았고, 말을 아끼지도 않았다. 질문을 던지면 즉각적인 답이 돌아왔고, 그 답변은 구조적으로 정리되어 있었다. 상황 설명에는 원인과 결과가 분명히 연결되어 있었고, 숫자와 일정이 빠지지 않았다. 실무자 입장에서 이런 유형의 사람은 상대하기가 편하다. 대화가 통하고, 불필요한 감정 소모가 없으며, 합리적인 협상이 가능할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나는 그 논리적인 말투를 ‘이성적인 태도’로 받아들였다. 이성적이라는 것은 통제 가능하다는 의미로 인식되기 쉽다.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현실을 정확히 인식하고 있으며, 자신의 상황을 과장하지 않.. 2026. 2. 5.
문서 정리를 미뤘다가 생긴 법적 공백 1. 바쁘다는 이유로 가장 중요한 걸 미뤘던 순간 실무를 하다 보면 문서 정리는 항상 우선순위에서 밀린다. 당장 처리해야 할 일이 너무 많고, 눈앞의 현금 흐름과 일정 관리가 더 급하기 때문이다. 연체 대응, 전화, 방문, 협상, 신규 건 검토까지 하루가 꽉 차 있다 보면, 이미 체결된 계약서나 약정서, 추가 합의 문서를 정리하는 일은 자연스럽게 뒤로 밀린다. “나중에 한 번에 정리하면 되지”, “어차피 내용은 다 알고 있으니까”라는 생각이 반복된다. 나 역시 그랬다. 거래가 성사되는 순간까지는 유난히 꼼꼼했지만, 그 이후의 문서 정리는 늘 ‘시간 날 때’의 영역으로 남겨두었다. 계약서는 서랍에 넣어두고, 추가 합의는 메신저에 남겨두고, 변경된 조건은 머릿속에만 저장해 두는 식이었다. 그 순간에는 이 .. 2026. 2. 4.
공증을 받았는데도 회수가 안 된 사건 1. 공증이 주는 절대적 안정감이라는 착각 금전 거래를 하면서 공증을 받았다는 사실은 실무자에게 일종의 종착역처럼 느껴진다. 차용증만 있는 상태와는 차원이 다르다고 생각하게 된다. “이제 문제 생기면 바로 집행하면 되지”, “소송 안 가도 된다”, “공증까지 했는데 안 갚을 수가 있나” 같은 생각이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공증은 분명 강력한 수단이다. 하지만 문제는 많은 사람들이 공증을 **‘회수를 보장하는 장치’**로 오해한다는 데 있다. 이 사건 역시 그 오해에서 출발했다. 채무자는 처음부터 상환 능력이 아주 탄탄한 상태는 아니었지만, 일정한 현금 흐름은 있었고, 무엇보다 공증을 흔쾌히 받아주었다. 채무자 스스로 “공증까지 해도 된다”고 말했을 때, 나는 오히려 안도했다. 공증을 거부하지 않는 태도가 .. 2026. 2.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