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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증을 받았는데도 회수가 안 된 사건 1. 공증이 주는 절대적 안정감이라는 착각 금전 거래를 하면서 공증을 받았다는 사실은 실무자에게 일종의 종착역처럼 느껴진다. 차용증만 있는 상태와는 차원이 다르다고 생각하게 된다. “이제 문제 생기면 바로 집행하면 되지”, “소송 안 가도 된다”, “공증까지 했는데 안 갚을 수가 있나” 같은 생각이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공증은 분명 강력한 수단이다. 하지만 문제는 많은 사람들이 공증을 **‘회수를 보장하는 장치’**로 오해한다는 데 있다. 이 사건 역시 그 오해에서 출발했다. 채무자는 처음부터 상환 능력이 아주 탄탄한 상태는 아니었지만, 일정한 현금 흐름은 있었고, 무엇보다 공증을 흔쾌히 받아주었다. 채무자 스스로 “공증까지 해도 된다”고 말했을 때, 나는 오히려 안도했다. 공증을 거부하지 않는 태도가 .. 2026. 2. 4.
연대보증인을 세워도 소용없었던 이유 1. 연대보증이라는 이름이 주는 착각 대출 계약을 체결할 때 연대보증인이 있다는 사실은 이상할 정도로 사람을 안심시킨다. 채무자가 부도가 나더라도 보증인이 대신 갚을 것이라는 구조, 법적으로도 ‘연대’라는 단어가 붙은 만큼 채무자와 동일한 책임을 진다는 설명. 이론적으로만 보면 연대보증은 채권자의 리스크를 극적으로 줄여주는 장치처럼 보인다. 그래서 많은 실무자들은 담보가 부족하거나 채무자의 재무 상태가 애매할 때, 연대보증인을 세우는 것으로 마지막 안전핀을 꽂았다고 느낀다. 나 역시 그랬다. 채무자의 사업은 불안정했지만, 연대보증인은 상대적으로 자산이 있고 사회적 지위도 분명한 사람이었다. 서류상으로는 아무 문제가 없어 보였다. 연대보증 계약서에는 명확히 ‘채무 전액에 대해 연대하여 책임진다’라는 문구.. 2026. 2. 3.
계약서보다 무서운 ‘구두 합의’의 흔적 1. 계약서가 모든 걸 덮어줄 거라는 착각 금전 거래나 채권 관계에서 계약서를 작성했다는 사실은 실무자에게 일종의 방패처럼 느껴진다. 종이에 적혀 있고, 서명이 있으며, 날짜와 조건이 명시되어 있다면 그 자체로 관계가 고정되었다고 생각하게 된다. 특히 분쟁을 여러 번 겪어본 사람일수록 “구두로 하지 말고 계약서로 남겨라.”라는 말을 습관처럼 한다. 나 역시 그랬다. 그래서 이 사건에서도 계약서는 철저하게 준비했다. 조건은 명확했고, 문구도 간결했으며, 누가 봐도 문제 될 것 없는 형식이었다. 하지만 그 계약서가 모든 위험을 차단해 줄 것이라는 믿음은 너무 단순했다. 계약서는 분명 중요하다. 그러나 계약서가 **‘관계의 전부’**를 담고 있다고 믿는 순간부터 위험은 시작된다. 실제 거래 현장은 종이 위보.. 2026. 2. 3.
차용증 한 줄이 없어서 패소한 사례 1. 신뢰와 관행이 문서를 밀어낸 출발점 이 거래의 시작은 전형적인 “문서 없이도 굴러가던 관계”였다. 상대방과는 이미 여러 차례 자금 거래가 있었고, 그동안 큰 문제는 없었다. 이자는 제때 들어왔고, 원금도 약속한 시점에 정산됐다. 이런 경험이 쌓이면 실무자는 무의식적으로 거래를 ‘사람 기준’으로 판단하게 된다. 문서는 절차가 아니라 옵션처럼 느껴지고, 신뢰가 그 자리를 대신한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자금 요청은 급박했고, 상대방은 구체적인 사용처와 상환 계획을 설명했다. 나는 그 설명을 듣고 판단했다. 이전 거래에서도 문제없었고, 계좌 이체 기록은 남는다. 굳이 차용증까지 요구하면 관계가 어색해질 수도 있다는 생각이 스쳤다. 그렇게 차용증은 “다음에 정리하자”라는 말과 함께 미뤄졌다. 이 선택이 .. 2026. 2. 2.
감정평가서를 맹신했을 때 생기는 문제 1. 숫자로 포장된 ‘객관성’이 판단을 멈추게 하는 순간 대출 심사나 채권 매입 과정에서 감정평가서는 유난히 강력한 힘을 가진 문서다. 그 이유는 단순하다. 감정평가서는 숫자로 말하고, 그 숫자는 전문가의 이름과 직인이 찍혀 있기 때문이다. 실무자는 본능적으로 이 문서를 ‘객관적인 기준’으로 받아들인다. 나 역시 그랬다. 감정평가서에 기재된 금액을 보는 순간, 머릿속에서 많은 고민이 정리되는 느낌을 받았다. “감정가가 이 정도면 충분하다.” 이 한 문장이 모든 판단을 대신해 주는 것처럼 느껴졌다. 감정평가서는 검토해야 할 수많은 변수를 하나의 숫자로 압축해 준다. 입지, 면적, 용도, 시세, 거래 사례. 이 복잡한 요소들이 모두 정리되어 있다는 안도감은, 오히려 사고를 멈추게 만든다. 감정가가 높을수록.. 2026. 2. 2.
경매로 가면 해결될 줄 알았던 착각 1. “최악은 경매”라는 생각이 만들어낸 초기 대응 지연연체가 발생했을 때, 많은 실무자는 마음속으로 하나의 결론을 먼저 내려버린다. “그래도 최악의 경우 경매로 가면 되지.” 이 생각은 얼핏 보면 합리적으로 보인다. 담보가 있고, 법적 절차가 명확하며, 결국 현금화가 가능하다는 전제가 깔려 있기 때문이다. 나 역시 그 전제를 의심하지 않았다. 오히려 경매라는 제도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초기 대응을 느리게 만드는 심리적 안전망으로 작용했다. 연체 초기, 차주의 말은 여느 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자금 흐름이 일시적으로 막혔고, 조금만 시간을 주면 해결될 것이라는 이야기. 이 상황에서 내가 선택한 전략은 ‘지켜보기’였다. 왜냐하면 마음 한편에 “안 되면 경매로 가면 된다”는 생각이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이.. 2026. 2.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