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질병

파킨슨 플러스 증후군: 흔한 병 뒤에 숨은 진짜 병

zidan05 2025. 4. 16. 23:10

파킨슨병과 파킨슨 플러스 증후군의 차이

 

**파킨슨병(Parkinson’s disease)**은 중년 이후 주로 발병하는 대표적인 신경퇴행성 질환으로, 도파민 분비가 감소하면서 떨림, 경직, 느린 움직임, 자세 불안정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 질병입니다. 하지만 파킨슨병으로 오인되기 쉬운 다른 신경계 질환군이 존재하는데, 이를 통칭하여 **파킨슨 플러스 증후군(Parkinson Plus Syndrome)**이라고 부릅니다.

이 질환군은 파킨슨병과 유사한 운동 증상을 보이지만, 도파민 약물에 대한 반응이 미미하거나 전혀 없으며, 보다 빠르게 악화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실제로 초기에는 파킨슨병으로 오진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기존 치료법에 반응하지 않거나 **비운동 증상(인지저하, 실어증, 안구운동 이상 등)**이 동반되면서 진단명이 수정되는 사례가 많습니다.

파킨슨 플러스 증후군에 포함되는 대표적인 질환은 다음과 같습니다:

-다계통위축증(MSA, Multiple System Atrophy)

-진행성핵상마비(PSP, Progressive Supranuclear Palsy)

-피질 기저핵 변성(CBD, Corticobasal Degeneration)

-루이소체 치매(DLB, Dementia with Lewy Bodies)

이들 질환은 모두 희귀하고 진행이 빠르며, 치료법이 제한적이라는 공통점을 가집니다. 그렇기에 조기에 감별하고 환자의 상태에 맞춘 치료 전략을 세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주요 파킨슨 플러스 질환별 증상 및 차별점

 

**다계통위축증(MSA)**은 자율신경계 이상이 두드러지는 질환으로, 혈압 불안정, 배뇨 장애, 발기부전, 소화기 문제 등이 파킨슨증상과 함께 나타납니다. 특히 앉거나 일어설 때 혈압이 급격히 떨어지는 기립성 저혈압은 이 질환의 대표적인 증상이며, 운동장애 유형(MSA-P)과 소뇌장애 유형(MSA-C)으로 나뉘기도 합니다.

**진행성 핵상 마비(PSP)**는 안구운동 장애, 특히 수직 방향의 안구 운동 저하, 연하장애(삼킴 곤란), 자주 넘어지는 낙상 등이 주요 증상입니다. 도파민 약물 반응이 거의 없으며, 보행이 빠르게 악화되기 때문에 파킨슨병과의 가장 큰 구분점 중 하나로 간주됩니다.

**피질기저핵변성(CBD)**은 한쪽 사지의 근육 강직과 이상한 움직임(운동실행 장애), 비자발적 움직임, 감각 저하, 실인증(물건을 알아보지 못함) 등이 나타납니다. 비대칭적인 증상이 뚜렷하며, 인지기능 저하와 언어장애가 동시에 진행되는 것이 특징입니다.

**루이소체 치매(DLB)**는 인지기능 저하와 환각, 수면장애가 조기에 나타나며, 기억력보다 주의력, 시공간 지각의 장애가 먼저 악화됩니다. 파킨슨 증상은 뒤늦게 나타날 수 있고, 도파민 약물에 민감하게 반응하여 착란이나 환각이 악화될 수 있다는 점도 주요 차이점입니다.

이처럼 파킨슨 플러스 증후군은 증상이 겹치는 부분도 있지만 세부적인 차이점들이 존재합니다. 따라서 정밀한 병력 청취, 신경학적 검사, MRI, 뇌 혈류 스캔, PET 검사 등 종합적 진단 접근이 필수적입니다.

 

진단과 치료의 어려움, 그리고 삶의 질 관리

 

파킨슨 플러스 증후군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진단의 어려움입니다. 초기에는 대부분 파킨슨병과 유사한 모습으로 시작되기 때문에, 1~2년 이상 파킨슨병으로 오진되며 부적절한 약물 치료를 지속하는 사례가 많습니다. 특히 도파민 제제에 반응이 미미하거나 부작용이 심할 경우, 뒤늦게 플러스 증후군을 의심하게 됩니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신경과 전문의의 임상경험과 영상 진단의 조합이 필요하며, 최근에는 PET, MRI 정량분석, DAT 스캔을 통해 질환별 분포와 패턴을 비교해 진단 정확도를 높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조직학적 확진은 사후 부검을 통해서만 가능한 경우가 많아, 생전에는 임상 추정 진단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현실입니다.

치료 측면에서는 대부분의 플러스 증후군이 도파민성 약물 치료에 효과가 낮거나 일시적이기 때문에, 증상 조절보다는 기능 유지와 삶의 질 관리에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주요 치료 전략은 다음과 같습니다:

-재활치료(보행, 언어, 삼킴, 근력 강화)

-비약물적 치료(물리치료, 작업치료, 자세 교정)

-자율신경 증상 관리(기립성 저혈압, 배뇨 관리 등)

-정서적 지지(우울증, 불안, 인지 저하 대응)

또한, 이 질환들은 모두 빠르게 진행되며 삶의 자립도를 낮추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가족 교육, 일상 보조기기 도입, 요양계획 수립 등 다학제 접근이 반드시 병행되어야 합니다.

파킨슨 플러스 증후군: 흔한 병 뒤에 숨은 진짜 병


희귀질환으로서의 파킨슨 플러스 — 사회적 인식과 제도적 지원

 

파킨슨 플러스 증후군은 진단이 어렵고 치료가 제한적이며, 생존 기간이 짧은 진행성 희귀질환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환자들이 ‘일반 파킨슨병’으로 분류되어 적절한 제도적 지원을 받지 못하는 현실에 놓여 있습니다. 일부 유형만 산정특례 혜택을 받고 있으며, 많은 환자들은 의료비 부담, 돌봄 공백, 복지 사각지대에 처해 있습니다.

현재 한국에서는 다계통위축증(MSA)과 진행성핵상마비(PSP) 등이 희귀질환으로 등록되어 산정특례를 적용받을 수 있지만, 병원마다 질병코드 적용이나 진단 기준 해석이 달라 환자마다 혜택에 차이가 발생하는 문제가 존재합니다.

또한, 환자의 운동 기능 저하와 인지 문제는 일상생활 전반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조기 장애등록, 보행보조기기 지원, 방문재활 서비스 등이 적극적으로 연계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많은 환자와 보호자들이 복잡한 행정 절차와 정보 부족으로 인해 제도 활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가장 필요한 것은 질환에 대한 대중적 인식의 개선입니다. “파킨슨병의 변형”이라는 잘못된 이해를 넘어, 파킨슨 플러스 증후군 각각이 독립적이고 고유한 희귀질환군임을 사회적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의료진 교육 강화, 희귀질환 정보 플랫폼 확대, 환우 커뮤니티 육성을 통해 정확한 진단과 지속적인 사회적 관심이 연결될 수 있는 구조가 마련되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