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질병

희귀 유전질환 ‘프래더-윌리 증후군’이 삶에 미치는 영향

zidan05 2025. 4. 8. 00:30

프래더-윌리 증후군이란?


프래더-윌리 증후군(Prader-Willi Syndrome, PWS)은 15번 염색체 장완(q11-q13) 부위의 이상으로 인해 발생하는 유전 질환입니다. 주로 부계(아버지로부터 유래한 유전자)의 결실 혹은 유전자 발현 이상으로 인해 나타나며, 전 세계적으로 약 10,000명 중 1명꼴로 발생하는 희귀질환에 속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점차 인식이 확산되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부모들이 아이의 초기 증상을 단순한 성장 지연이나 행동 문제로 간주해 조기 진단을 놓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질환의 가장 대표적인 증상은 **근긴장 저하(hypotonia)**와 신생아 시기의 먹는 능력 부족, 그리고 유아기 이후부터 나타나는 **강한 식욕과 과식 행동(hyperphagia)**입니다. 또한, 성장 호르몬 결핍, 낮은 신장, 비만, 언어 및 인지 발달 지연, 사회성 결핍, 감정 조절 장애 등 다양한 발달 문제를 동반합니다. 이는 단순한 신체적인 유전질환을 넘어 심리적, 사회적 기능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복합적 질환임을 의미합니다.

무엇보다 프래더-윌리 증후군의 문제는 생애 전반에 걸쳐 나타난다는 점입니다. 유아기에는 운동과 언어 발달 지연, 아동기에는 식이조절 실패와 비만, 청소년기에는 성호르몬 결핍과 정서불안, 성인기에는 자립의 어려움 등 인생 전 단계에 걸친 장기적 관리가 요구되는 질환입니다.

희귀 유전질환 ‘프래더-윌리 증후군’이 삶에 미치는 영향



성장과 발달: 조기 개입의 중요성


프래더-윌리 증후군 환아는 출생 직후부터 특징적인 근긴장 저하를 보입니다. 이로 인해 수유가 어렵고, 체중 증가가 느리며, 근육량이 부족한 마른 체형을 보이게 됩니다. 일반적으로 4개월~6개월 사이에 뒤집기, 12개월이 지나서야 걷기 시작하는 등 운동 발달이 느리게 진행됩니다. 언어 발달 역시 평균보다 6개월~1년 이상 지연되는 경우가 많아, 초기에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와 혼동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지연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조기에 언어치료, 물리치료, 작업치료 등을 병행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생후 6개월 이후부터는 성장 호르몬(Growth Hormone) 치료가 권장되며, 이는 신장 증가뿐 아니라 체성분 개선, 근육량 증가, 지방 감소, 골밀도 향상 등 다양한 효과를 보여줍니다. 또한, 몇몇 연구에서는 GH 치료가 인지 기능 향상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치료는 의사의 정밀한 진단과 모니터링 아래에서만 시행되어야 하며, 특히 척추 측만증이 있는 환자나 수면무호흡증을 앓고 있는 경우에는 부작용이 우려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합니다. 이처럼 조기 개입은 프래더-윌리 증후군 환자의 성장 가능성과 자립 능력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입니다.


식이장애와 행동 문제


프래더-윌리 증후군의 대표적인 특징 중 하나는 바로 식이장애입니다. 이 질환을 가진 대부분의 아이들은 2~4세 사이부터 극심한 식욕 증가와 폭식 증세를 보이기 시작합니다. 이는 단순한 식탐이 아닌, 뇌의 시상하부 기능 이상으로 인해 포만감을 느끼지 못하는 생물학적 문제입니다. 이러한 증상은 치료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지속적인 비만으로 인한 2차 질환(고혈압, 고지혈증, 당뇨병 등)**으로 이어질 수 있어 매우 심각합니다.

더불어, 환자들은 일반적으로 강박적 행동, 갑작스러운 분노 폭발, 변덕스러운 기분 변화 등을 보이며, 이는 가족 구성원이나 교사 등 주변 사람들에게 상당한 스트레스를 줍니다. 특히 예측 불가능한 행동이 반복되면, 사회적 관계 형성에 큰 장애가 되며, 학습이나 생활 훈련에도 지장을 줍니다. 이에 따라 심리상담, 인지행동치료, 정서조절훈련 등의 심리적 개입도 함께 이루어져야 합니다.

식이조절을 위한 구체적인 방법으로는 음식에 접근하지 못하게 하는 환경 설계, 예를 들면 냉장고나 음식 창고에 자물쇠를 설치하거나, 일일 식단을 철저히 계획하고 부모가 관리하는 체계적인 방식이 필요합니다. 음식 외에도 강박적으로 물건을 모으거나 반복적으로 특정 질문을 하는 습관 등 다양한 행동 양상이 있으므로, 이들을 잘 이해하고 다루는 방법을 배워야 합니다.

 

삶의 질과 가족, 사회의 역할

프래더-윌리 증후군은 일생 동안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한 질환입니다. 환자들이 성인이 된 이후에도 자립적인 생활이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이며, 그로 인해 부모나 가족의 부담이 상당합니다. 특히 부모가 노화되거나 돌봄이 어려워지는 시점에는, 전문 보호시설이나 그룹홈이 필요하지만, 국내에는 이를 지원하는 사회 시스템이 매우 미흡한 실정입니다.

뿐만 아니라, 장애 등록 과정에서 겪는 행정 절차의 복잡함, 병원 및 치료기관 접근성 부족, 교육적 배려 부족 등 다양한 문제들이 여전히 존재합니다. 이에 따라 프래더-윌리 증후군 환자와 가족은 심리적 고립감과 좌절감을 경험하게 됩니다. 이와 같은 고립을 방지하고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국가 및 지자체 차원의 정책적 지원이 필수적입니다.

예를 들어, 보호자 대상 교육 프로그램, 프래더-윌리 증후군 전문 클리닉 설립, 자조모임 활성화, 직업 훈련 및 사회 참여 프로그램 구축 등이 필요합니다. 이 질환을 단지 ‘드문 유전병’으로 취급할 것이 아니라, 사회 전체가 함께 책임지고 지원해야 할 장애 영역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환자 개인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돕는 사회적 구조가 마련된다면, 프래더-윌리 증후군 환자도 충분히 자기 삶의 주체로 성장할 수 있으며, 가족 역시 심리적 안정을 되찾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