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질병

스티븐스-존슨 증후군(SJS): 약물로 발생하는 생명을 위협하는 질병

zidan05 2025. 4. 9. 07:00

스티븐스-존슨 증후군(SJS)의 정의와 발생원인


**스티븐스-존슨 증후군(Stevens-Johnson Syndrome, SJS)**은 주로 약물의 부작용으로 인해 발생하는 심각한 피부 및 점막의 급성 염증성 질환입니다. 드물지만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질병으로, 피부가 벗겨지고 물집이 생기며 고열과 통증이 동반됩니다. SJS는 흔히 감기약처럼 평범한 약물 복용 후에 갑작스럽게 나타나기 때문에 조기 인지가 매우 중요합니다.

가장 큰 유발 요인은 약물입니다. 대표적인 약물로는 항경련제(카르바마제핀, 페니토인), 설폰아미드계 항생제, 올로자핀 같은 항정신병 약물, 그리고 일부 진통제(이부프로펜, 나프록센) 등이 있으며, 이 외에도 감기약, 항바이러스제, 통풍 치료제 등 다양한 약물이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또한, 일부 바이러스 감염(특히 헤르페스, 마이코플라스마 등)도 SJS를 유발할 수 있습니다.

SJS는 대부분 면역 체계의 과민반응에 의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약물이나 바이러스가 체내 단백질과 결합해 신체가 이를 '이물질'로 인식하고, 과도한 면역 반응을 일으키며 피부 세포를 공격하는 것입니다. 이에 따라 표피 세포가 괴사되어 분리되며, 광범위한 피부 손상과 점막 염증이 나타납니다.

이 질환은 성인보다 어린이와 청소년에게서 더 자주 발생하며, 여성에게서 더 높은 발병률을 보입니다. 유전적인 요인도 일부 관여하며, HLA-B*1502 유전형을 가진 아시아계 환자들이 특정 약물 복용 후 SJS에 걸릴 확률이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이는 약물 처방 시 유전자 검사를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스티븐스-존슨 증후군의 주요 증상과 진행 과정

 

SJS의 증상은 초기에는 단순한 감기나 독감과 유사하여 감별이 어렵습니다. 일반적으로 증상이 시작되기 1~3일 전부터 고열, 인후통, 근육통, 피로감 등이 먼저 나타납니다. 이후 얼굴, 가슴, 사지 등에서 붉은 발진이 생기고, 급속도로 물집과 궤양으로 진행되며 피부가 벗겨지기 시작합니다. 이 과정에서 심한 통증과 화상처럼 보이는 피부 병변이 생기며, 병변 부위는 손으로 살짝만 문질러도 벗겨질 수 있습니다(Nikolsky sign 양성).

SJS는 단순한 피부 병변에 그치지 않고, 구강, 결막, 생식기 점막까지 영향을 미칩니다. 입안 점막이 부풀고 궤양이 생기며, 눈의 결막에 염증이 생겨 심하면 시력 저하나 실명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또한 배뇨 시 통증, 생식기 궤양 등으로 인해 일상생활에 심각한 불편을 초래하며, 환자의 심리적 고통도 매우 큽니다.

진행이 심화되면 전신의 10~30% 이상의 피부가 벗겨지고, 체온 조절 기능과 수분 유지 기능을 상실하게 되어 탈수, 저체온증, 감염 위험이 높아집니다. 이로 인해 패혈증, 급성신부전, 호흡부전과 같은 치명적인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합병증 때문에 SJS는 피부질환이라기보다는 전신질환으로 분류되며, 치료 역시 단순 피부과가 아닌 다학제적 접근이 필요합니다.

특히 중증으로 발전한 경우는 **중독성 표피괴사용해(TEN)**로 구분되며, 이때는 피부의 30% 이상이 벗겨지고 사망률이 30%에 육박합니다. 따라서 조기 진단과 신속한 치료가 생존율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스티븐스-존슨 증후군(SJS): 약물로 발생하는 생명을 위협하는 질병

 


SJS의 진단 및 치료법: 생명을 지키는 시간과의 싸움

 

SJS의 진단은 주로 임상적 증상을 통해 이루어지며, 피부병변의 분포, 점막 손상 여부, 약물 복용 이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합니다. 추가로 피부 생검을 통해 표피의 괴사 소견을 확인하거나, 감별진단을 위해 혈액검사, 조직검사를 시행하기도 합니다. 특정 바이러스 감염이나 자가면역질환과의 감별이 중요합니다.

가장 중요한 치료는 의심되는 약물의 즉시 중단입니다. 그 외에는 **지지 요법(supportive care)**이 중심이 되며, 이는 중환자실 혹은 화상전문 병동에서 이루어져야 할 정도로 전문적인 관리가 필요합니다. 전해질 균형 조절, 수액 공급, 통증 관리, 감염 예방 등이 필수이며, 손상된 피부를 보호하기 위한 무균 환경 유지가 중요합니다.

약물 치료로는 **전신 스테로이드(예: 메틸프레드니솔론)**가 초기 염증 억제에 도움이 되며, 일부에서는 **면역글로불린(IVIG)**이나 사이클로스포린 같은 면역조절제가 사용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들 치료의 효과는 케이스에 따라 다르므로, 전문의의 임상적 판단에 따라 결정해야 합니다.

눈과 생식기 점막의 손상은 장기적인 후유증을 남길 수 있어, 안과 및 산부인과와의 협진도 중요합니다. 눈에는 인공눈물, 항생제 안약, 심한 경우 결막 이식 수술이 필요하며, 생식기 궤양의 경우에는 조직 유착 예방을 위한 처치가 필요합니다.

치료 후에도 일부 환자는 만성 피부염, 색소 침착, 점막 유착, 안구건조증 등의 후유증을 겪으며, 경우에 따라 **정신적 트라우마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따라서 치료 이후에도 장기적인 심리 상담과 재활 프로그램이 필요합니다.


SJS 환자들의 삶과 사회적 인식 개선의 필요성

 

스티븐스-존슨 증후군은 외형적인 손상뿐 아니라 삶 전체를 바꿔놓는 희귀질환입니다. 치료 후에도 환자들은 일상생활 복귀에 어려움을 겪고, 피부나 눈, 생식기 등 민감한 부위의 후유증으로 인해 사회적 고립감과 우울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외모 변화는 자아 정체성에 큰 영향을 미치며, 어린 환자일수록 심리적인 상처가 더 큽니다.

하지만 SJS는 여전히 일반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질환입니다. 의료진조차 초기 증상을 감기나 피부질환으로 오진하는 경우가 많으며, 신속한 대응이 늦어질수록 예후가 나빠지기 때문에, 전 국민적인 인식 개선이 매우 중요합니다. 교육과 캠페인을 통해 약물 복용 후 이상 증상이 나타날 경우 의심하고 즉시 병원을 찾는 문화가 자리잡아야 합니다.

또한 유전자 검사 기반의 약물 부작용 예측이 최근 주목받고 있습니다. 특정 약물과 관련된 HLA 유전자형 검사를 통해 고위험군을 사전에 선별하고, 안전한 약물 처방을 유도하는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이는 특히 아시아인에서 유의미한 예방 효과를 보이고 있어, 국내 의료체계에도 적극적으로 도입되어야 합니다.

정부의 희귀질환 환자 지원 제도 확대 역시 시급한 과제입니다. 고비용 치료비, 장기적인 재활 비용, 사회적 고립에 대한 심리 치료 등 전방위적 지원이 필요하며, 이를 위한 제도적 기반이 마련되어야 환자들이 삶의 질을 회복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