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집행은 ‘권리 행사’가 아니라 비용 구조다 | 집행 비용 착시
집행을 처음 준비할 때, 실무자는 거의 예외 없이 이렇게 생각한다.
“이건 어차피 내가 받을 돈이니까, 비용은 과정일 뿐이다.”
이 생각이 바로 집행 비용 폭증의 출발점이다. 강제집행은 법적으로는 권리 행사이지만, 실무적으로는 철저한 비용 구조다. 인지대, 송달료, 집행관 비용, 감정료, 공탁금, 변호사 수임료, 각종 부대 비용까지. 이 모든 항목은 집행이 길어질수록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문제는 이 비용들이 사전에 체계적으로 계산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소규모 대부업이나 개인 NPL 실무자의 경우, 집행 비용을 ‘회수 이후 정산할 항목’ 정도로 가볍게 여기는 경우가 많다. “일단 집행부터 걸어보자”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온다. 그러나 집행은 한번 시작하면 멈추기 어렵다. 이미 투입된 비용이 아까워서, 이미 여기까지 왔으니 끝을 보자는 심리가 작동한다. 이 순간부터 집행은 회수를 위한 수단이 아니라 손실을 확대하는 장치로 바뀐다.
특히 문제는, 집행 비용은 대부분 선지출이라는 점이다. 회수는 불확실하지만 비용은 확정적으로 빠져나간다. 실무자는 이 구조를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막상 사건 앞에서는 “그래도 뭔가 나오겠지”라는 막연한 기대에 의존한다. 이 기대가 현실을 압도하는 순간, 이미 계산은 끝난 게임이다.
2. ‘그래도 일부는 나오겠지’의 함정 | 회수 가능성 과대평가
집행 비용이 회수금보다 커지는 사례의 핵심에는 항상 하나의 착각이 있다.
회수 가능성을 실제보다 높게 본다는 점이다.
채무자가 과거에 사업을 했다는 사실, 한때 자산을 보유했다는 정보, “예전에 돈 좀 벌었다더라”라는 주변 증언. 이 모든 것들이 실무자의 판단을 흐린다. 그러나 집행은 과거가 아니라 현재의 자산만을 대상으로 한다.
실무에서는 이런 계산이 자주 나온다.
“전부는 아니더라도, 반 정도는 나오지 않을까?”
이 말은 통계도, 근거도 없는 감정적 기대치다. 문제는 이 기대를 기준으로 집행을 설계한다는 점이다. 회수 가능 금액은 낙관적으로 잡고, 비용은 최소치로 가정한다. 현실에서는 이 두 수치가 정확히 반대로 움직인다. 회수는 줄어들고, 비용은 늘어난다.
특히 여러 차례 집행을 나누어 진행하는 경우, 비용은 눈에 띄지 않게 쌓인다. 계좌 압류 한 번, 채권 압류 한 번, 부동산 집행 준비, 경매 신청, 배당 요구. 각각은 “이 정도면 괜찮겠지” 수준이지만, 합산하면 이미 회수 예상액을 넘어선다. 그럼에도 실무자는 멈추지 않는다. 왜냐하면 이미 손을 댄 순간, 이성적인 손절 판단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3. 절차가 길어질수록 손해는 커진다 | 집행 장기화의 비용 누적
집행 비용이 회수금을 초과하는 사건의 대부분은 공통적으로 집행이 길어졌다는 특징을 가진다. 처음에는 단순한 계좌 압류로 끝날 것처럼 보였던 사건이, 예상과 달리 아무것도 잡히지 않으면서 점점 절차가 늘어난다. 그때마다 실무자는 선택의 기로에 선다. “여기서 멈출 것인가, 아니면 한 번 더 시도해 볼 것인가.”
이 선택이 반복될수록 비용은 누적된다. 중요한 점은, 집행 절차 하나하나가 독립된 비용 발생 사건이라는 것이다. 이미 투입한 비용은 회수 실패 시 전혀 보전되지 않는다. 오히려 다음 절차로 넘어갈수록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실무자는 이 구조를 알면서도, “여기까지만 하면 나올 것 같다”라는 생각에 계속해서 다음 단계를 밟는다.
집행이 장기화되면 또 하나의 문제가 생긴다. 시간 비용이다. 실무자의 시간, 정신적 에너지, 다른 사건을 처리할 기회비용까지 포함하면 실제 손실은 숫자보다 훨씬 크다. 그러나 이 시간 비용은 장부에 찍히지 않기 때문에 무시된다. 결과적으로 사건 하나에 집착하는 동안, 더 회수 가능성이 높은 다른 사건들을 놓치게 된다.
4. ‘여기서 멈추면 손해’라는 착각 | 매몰비용 오류
집행 비용이 회수금을 넘어서는 가장 결정적인 심리는 매몰비용 오류다. 이미 투입한 비용이 아까워서, 손절해야 할 시점에서 오히려 더 깊이 들어간다. “여기서 그만두면 지금까지 쓴 돈이 아깝잖아.” 이 문장은 수많은 실무자를 무너뜨린 말이다.
냉정하게 보면, 이미 쓴 비용은 어떤 선택을 하든 돌아오지 않는다. 그럼에도 실무자는 과거의 지출을 미래의 판단 기준으로 삼는다. 이 순간부터 집행은 회수 전략이 아니라 감정적 보복 행위에 가까워진다. 채무자에게 반드시 책임을 묻고 싶다는 마음, 여기서 물러나면 패배자라는 생각이 판단을 지배한다.
이 단계에 들어서면 숫자는 의미를 잃는다. 회수 예상액이 집행 비용보다 적다는 사실을 알아도, “그래도 끝까지 가보자”라는 말이 나온다. 그리고 사건이 종결되는 순간, 장부를 열어보고 나서야 깨닫는다. 돈도 잃고, 시간도 잃고, 기준도 잃었다는 사실을.
5. 이 실패가 남기는 교훈 | 집행은 전략이지 의무가 아니다
집행 비용이 회수금을 초과한 사건이 남기는 가장 중요한 교훈은 단 하나다.
집행은 반드시 해야 하는 절차가 아니라, 선택해야 하는 전략이라는 점이다. 승소했다고 해서, 집행권원을 확보했다고 해서 무조건 끝까지 가야 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실무자에게 필요한 능력은 “언제 시작할 것인가”보다 “언제 멈출 것인가”를 판단하는 힘이다.
이 실패를 겪은 실무자들은 이후 기준이 바뀐다. 집행 전 단계에서 회수 가능 금액을 보수적으로 계산하고, 비용은 최악의 경우를 가정한다. 일정 비율 이상 비용이 넘어가면 자동으로 중단하는 내부 기준을 만든다. 이 기준이 없다면, 같은 실패는 반드시 반복된다.
소규모 대부업과 NPL 실무자는 언제나 제한된 자원으로 싸운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사건을 끝까지 끌고 갈 수 없다. 이 글은 그 냉정한 현실을 인정하게 만드는 기록이다. 집행 비용이 회수금을 넘어섰던 그 사건은, 숫자로 보면 손실이지만 기준을 만들었다면 가장 비싼 수업료를 낸 사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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