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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병에서 간병으로: 다세대 희귀질환 가족의 하루

같은 질병, 다른 세대: 유전이 남긴 가족의 패턴 경북의 한 시골 마을. 63세의 아버지와 35세 아들, 그리고 손녀까지 세 사람이 한 집에 살고 있다. 이들 모두 ‘샤르코-마리-투스병(CMT)’이라는 유전성 말초신경 질환을 앓고 있다. 손끝과 발끝의 감각이 무뎌지고, 점차 근력이 약해지는 진행성 질환이다. 아버지가 처음 증상을 느낀 건 20대 후반이었지만, “좀 무딘 편” 정도로 넘겼다. 진단을 받은 건 50대 중반이 되어서야였다. 아들 역시 초등학교 시절부터 자주 넘어지거나, 실내화 끈을 묶는 데 어려움을 겪었지만, “성장통이겠지”라는 부모의 말로 무시되었다. 정식 진단은 성인이 되어 증상이 급격히 진행된 후였다. 손녀 역시 유전 검사를 통해 같은 병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확인되었고, 이 가족은 **..

침묵의 질병 21:10:52

“병명을 몰랐던 7년” — 진단 지연이 남긴 상처들

병명이 없는 시간, 삶은 점점 무너진다 처음 증상이 나타난 건 대학 졸업을 앞두던 25살이었다. 손끝이 찌릿하게 저리고, 걷다가 숨이 가빠지는 일이 자주 있었다. 처음에는 피곤해서 그럴 거라며 무시했다. 병원을 찾았을 때도 의사는 특별한 문제를 찾지 못했다. “스트레스나 과로, 심한 운동 때문일 수 있어요. 일단 진통제 드시고 며칠 쉬세요.” 그렇게 간단히 진단이 끝났다. 이후 7년 동안 15번이 넘는 병원을 전전했다. 혈액검사, MRI, 신경근전도 검사까지 받았지만 매번 **“이상이 없다”**는 말만 들었다. 어떤 의사는 우울증이나 공황장애를 의심하며 정신과 진료를 권하기도 했다. 하지만 나는 분명히 아팠고, 점점 더 나빠졌다. 무릎이 붓고 관절이 굳었다. 아침에 일어나기가 힘들고, 통증 때문에 밤잠을..

침묵의 질병 09:59: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