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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의 질병

유전자 치료 시대, 희귀질환의 새로운 가능성 열리다

by zidan05 2025. 4. 22.

유전자 치료란 무엇인가 — 치료 패러다임의 전환점

 

**유전자 치료(Gene Therapy)**는 질병을 유발하는 유전적 이상을 근본적으로 수정하거나 대체함으로써 질병 자체를 치료하려는 의학적 접근입니다. 기존 치료가 증상 관리에 중점을 두었던 것과 달리, 유전자 치료는 질병의 근원을 바로잡는 방식으로서, 특히 유전적 결함에 의해 발생하는 희귀질환에서 강력한 치료 전략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 치료법의 원리는 간단합니다. 특정 유전자에 돌연변이나 결손이 존재하여 단백질이 제대로 생성되지 않거나 기능하지 못하는 경우, 정상 유전자를 체내에 주입하거나 손상된 유전자를 교정함으로써 세포 기능을 회복시키는 것입니다. 주로 사용되는 방식은 다음과 같습니다:

*유전자 대체 치료 (Gene Replacement Therapy): 손상된 유전자 대신 정상 유전자를 전달

*유전자 침묵화(Gene Silencing): 질병 유발 단백질의 발현을 억제

*유전자 편집(Gene Editing): CRISPR-Cas9 등으로 돌연변이 유전자 직접 교정

*RNA 기반 치료: ASO(Antisense Oligonucleotides), siRNA 등으로 단백질 합성 조절

이러한 치료 기술은 특정 조직, 특히 신경계, 망막, 간 등에 효과적으로 전달될 수 있도록 바이러스 벡터(AAV, Lentivirus 등) 또는 지질 나노입자(LNP) 등 다양한 전달 시스템과 함께 개발됩니다.

이제 유전자 치료는 더 이상 이론이나 실험 단계에 머물지 않고, 실제 임상 적용과 승인된 치료제로 현실화되고 있습니다. 이는 치료 방법이 없던 수많은 희귀질환 환자들에게 실질적인 희망의 문을 열어주는 획기적 변화라 할 수 있습니다.


실제 사례로 본 유전자 치료의 성과와 한계

 

유전자 치료의 성과를 가장 잘 보여주는 예 중 하나는 **척수성 근위축증(Spinal Muscular Atrophy, SMA)**입니다. 이 질환은 SMN1 유전자의 결손으로 인해 운동 신경세포가 소실되며, 영아기에 사망에 이를 수 있는 유전병입니다. 이를 위해 개발된 **Zolgensma(졸겐스마)**는 AAV 벡터를 이용해 SMN1 유전자를 주입, 단 한 번의 정맥주사로 운동 기능을 회복시키는 성과를 보이며 2019년 미국 FDA의 승인을 받았습니다.

또 다른 예는 **망막 유전질환인 Leber 선천성 흑암시(Leber Congenital Amaurosis)**입니다. 이 질환은 RPE65 유전자의 돌연변이로 인해 조기 실명을 유발하며, **Luxturna(럭스터나)**는 해당 유전자를 망막 세포에 전달해 시력을 부분적으로 회복시키는 데 성공했습니다. 이 역시 FDA의 승인을 받은 세계 최초의 직접적 유전자 대체 치료제입니다.

이외에도 다음과 같은 다양한 질환에서 유전자 치료가 진행 중입니다:

*베타지중해빈혈(Thalassemia)

*겸상적혈구빈혈(Sickle Cell Disease)

*헐러증후군(MPS I), 헌터증후군(MPS II)

*유전성 혈우병, X연관 면역 결핍증(SCID)

그러나 유전자 치료가 모든 희귀질환에 즉시 적용 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여전히 혈뇌장벽(BBB) 문제, 면역 반응, 장기적인 안정성, 전달 효율 등 다양한 기술적 한계가 존재하며, 치료 가격도 수억 원에 이를 정도로 고가입니다.

하지만 연구가 지속됨에 따라 점점 더 많은 질환군에서 치료 가능성이 열리고 있으며, 특히 단일 유전자 이상으로 발생하는 희귀 유전질환의 경우 그 효능이 더욱 극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한 희망입니다.


국내외 희귀질환 유전자 치료의 연구 동향

전 세계적으로 유전자 치료에 대한 연구와 임상시험은 빠르게 확대되고 있으며, 특히 희귀 유전질환을 대상으로 한 임상 파이프라인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2024년 기준으로 약 2,000건 이상의 유전자 기반 임상시험이 등록되어 있으며, 그 중 60% 이상이 희귀질환을 대상으로 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서울대병원, 분당서울대병원, 삼성서울병원 등에서 유전자 치료제 임상시험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는 다음과 같은 프로젝트가 있습니다:

*국내 SMA 환자 대상 Zolgensma 투약 사례 확보

*망막질환 관련 유전자 치료 임상 참여

*고셔병, 헌터증후군 등 희귀 대사질환에 대한 치료제 연구

특히 최근에는 CRISPR 기반의 유전자 편집 기술이 임상에 접목되고 있어, 기존의 유전자 대체 방식보다 더 정교하고 맞춤형 치료가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이미 Sickle Cell Disease와 β-thalassemia 환자를 대상으로 한 CRISPR-Cas9 임상이 성공적인 결과를 보이며 미국에서 승인 절차에 돌입한 상태입니다.

또한 AAV 기반 전달 플랫폼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LNP(지질 나노입자) 기술, exosome 기반 전달, mRNA 기반 치료제와 같은 차세대 전달 시스템 연구도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이처럼 기술의 발전은 희귀질환 환자들에게 점차 더 많은 치료 기회를 제공하고 있으며, 단일 질환 치료에서 다유전자 조절로 확장될 수 있는 미래도 머지않았습니다.

유전자 치료 시대, 희귀질환의 새로운 가능성 열리다


유전자 치료의 윤리적 고려와 접근성 확보 과제

유전자 치료의 등장은 분명 환자에게 새로운 희망을 의미하지만, 동시에 사회적·윤리적 고민과 구조적 과제도 함께 떠오르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문제는 치료 접근성입니다. 앞서 언급한 Zolgensma는 1회 투약 비용이 약 20억 원에 달하며, 이는 대부분의 국가 보건 시스템에서 부담하기 어려운 수준입니다.

이로 인해 유전자 치료는 **'누구나 받을 수 있는 치료가 아닌, 일부 환자만 접근할 수 있는 고가 특수 치료'**라는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또한 장기적 안정성과 부작용 여부가 아직 충분히 입증되지 않은 만큼, 치료로 인한 윤리적, 법적 책임 소재에 대한 논의도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특히 **유전자 편집 기술(CRISPR 등)**의 임상 적용은 유전정보 조작의 윤리 문제, 후손에게 영향이 갈 수 있는 생식세포 편집 논란 등 민감한 쟁점을 동반합니다. 이에 따라 WHO, 유럽생명윤리위원회, 한국생명윤리심의위 등은 임상 적용과 연구의 투명성, 안전성, 공공성 확보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경우, 현재 일부 유전자 치료제는 산정특례 대상 희귀질환 치료제로 등록되어 치료비의 일정 부분이 건강보험으로 지원되지만, 여전히 치료 전후의 검사비, 추적 관리, 유전자 분석 비용 등은 환자 부담이 크며 제도 개선이 요구됩니다.

앞으로 유전자 치료가 일상적 치료 옵션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노력이 필요합니다:

*치료제 가격의 국제 공동협상

*환자 중심 유전자 데이터 플랫폼 확대

*공공 연구 기반 희귀질환 치료제 개발 활성화


*사회적 합의를 기반으로 한 유전자 윤리 기준 정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