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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규모 대부업·NPL 실무자의 실패 기록 아카이브

“다음 달에 꼭 갚겠습니다”를 믿은 대가

by zidan05 2026. 1. 30.

1. “다음 달에 꼭 갚겠습니다”라는 말이 처음 들린 순간

 

연체 실무를 하다 보면 반드시 마주하게 되는 문장이 있다. “다음 달에 꼭 갚겠습니다.” 이 말은 공격적이지도 않고, 회피처럼 들리지도 않는다. 오히려 책임을 인식하고 있고 상황을 해결하려는 의지가 담긴 표현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많은 소규모 대부업 실무자들이 이 말을 연체의 시작이 아닌, 정상 상환 과정의 일시적 흔들림으로 받아들인다. 나 역시 그랬다. 이 말이 가진 위험성을 인식하지 못한 채, 상황을 조금 더 지켜보는 쪽을 선택했다.

그러나 지금 돌아보면 이 문장은 매우 분명한 신호였다. ‘다음 달’이라는 시간 표현은 곧 현재 시점에서는 상환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우회적으로 인정하는 표현이다. 채무자는 이미 자금 흐름에 문제가 생겼고, 그 문제를 해결할 명확한 수단을 갖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시간을 요청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때 중요한 것은 채무자의 태도가 아니라 구조다. 자금이 있다면 상환은 약속이 아니라 실행으로 나타난다.

연체는 대부분 갑작스럽게 터지지 않는다. 조용히 시작되고, 말로 포장되며, 관계 속에서 완화된다. 특히 이전까지 큰 문제 없이 거래해 온 채무자일수록 그 말은 더 쉽게 신뢰로 전환된다. 하지만 실무에서 연체를 키우는 것은 악의가 아니라 이 신호를 신호로 인식하지 못하는 판단 착오다. 나는 그 착오를 범했고, 그 대가는 생각보다 훨씬 컸다.

 

2. 신뢰라는 이름으로 미뤄진 대응과 무너진 주도권

 

“다음 달에 갚겠다”는 말을 들었을 때, 나는 즉각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이전까지의 거래 이력, 채무자의 말투, 관계에서 형성된 신뢰가 판단에 영향을 미쳤다. 이 사람은 지금까지 약속을 어긴 적이 없었고, 일부 상환도 성실했다. 그렇다면 이번에도 상황만 조금 나아지면 해결될 것이라 기대했다. 하지만 이 기대는 실무적으로 매우 위험한 판단이었다.

연체 관리에서 과거의 성실함은 참고 자료일 뿐, 면책 사유가 될 수 없다. 중요한 것은 현재의 상환 능력이다. 상환일을 넘긴 순간부터 채권자는 이미 대응 모드로 전환했어야 했다. 구체적인 상환 일정, 자금 조달 경로, 일정 미이행 시의 조치까지 명확히 했어야 한다. 하지만 나는 그 과정을 생략했다. 신뢰를 이유로 절차를 건너뛴 것이다.

이 선택은 결과적으로 주도권을 채무자에게 넘기는 행동이었다. 기다려주는 사람이 생기면, 채무자는 그 시간을 기준으로 움직인다. 그리고 그 시간은 채권자의 리스크를 줄이는 방향이 아니라, 채무자의 부담을 분산시키는 방향으로 쓰인다. 나는 그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행동하지 않았다. 한 번 미뤄진 대응은 두 번, 세 번 더 미뤄지기 쉽고, 그 사이 상황은 채권자에게 불리하게 재편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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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반복되는 “다음 달”이 보여준 상환 구조의 붕괴

 

약속했던 다음 달이 왔을 때, 상환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대신 또 다른 설명이 등장했다. 거래처 미수금, 내부 정산 문제, 세금 이슈. 이때부터 “다음 달”이라는 말은 반복되기 시작했다. 이 반복은 단순한 지연이 아니라 상환 구조 자체가 무너졌다는 명확한 신호였다. 자금 유입이 안정적이지 않고, 외부 변수에 의해 계속 흔들리는 상태였던 것이다.

연체가 장기화되면 채무자의 심리는 빠르게 변한다. 처음에는 미안함과 부담이 크지만, 시간이 지나면 상황에 적응한다. 약속은 가벼워지고, 연락은 늦어지며, 상환은 점점 우선순위에서 밀려난다. 이 과정에서 채권자는 점점 더 선택지가 줄어든다. 담보로 기대했던 자산에는 다른 권리관계가 얽히고, 법적 조치를 검토할 시점에는 비용과 시간이 부담이 된다.

이 단계에 이르면 많은 실무자들이 뒤늦게 깨닫는다. 처음 “다음 달”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바로 움직였어야 했다는 사실을. 하지만 그 깨달음은 이미 늦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연체 관리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손실이 아니라 손실이 확정되는 구조로 들어가는 과정을 방치하는 것이다. 나는 그 과정을 그대로 지켜보고 있었고,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4. 믿음의 대가와 실무자가 반드시 가져야 할 원칙

 

결과적으로 나는 “다음 달에 꼭 갚겠습니다”라는 말을 믿은 대가를 치렀다. 회수 가능성은 급격히 낮아졌고, 법적 조치를 검토했을 때는 이미 실익이 애매한 상태였다. 가장 괴로운 점은, 조금만 더 일찍 움직였다면 선택할 수 있었던 옵션들이 분명히 존재했다는 사실이다. 추가 담보 요구, 상환 구조 재조정, 조기 압박. 그 모든 선택지는 기다림 속에서 하나씩 사라졌다.

이 경험을 통해 얻은 교훈은 단순하지만 무겁다. 연체 관리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공격적인 태도가 아니라 희망적인 언어다. 그 언어는 상황을 개선하지 않는다. 오히려 판단을 늦추고, 결정을 흐리게 만들며, 손실을 키운다. 실무자는 인간적인 기대보다 구조와 타이밍을 우선해야 한다. 냉정함은 비정함이 아니라 생존의 조건이다.

이 글을 기록하는 이유는 실패를 미화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같은 말을 다시 들었을 때,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다. “다음 달에 꼭 갚겠습니다”라는 말은 기다려도 된다는 신호가 아니라, 즉시 대응해야 한다는 경고라는 사실을 잊지 않기 위해서다. 이 인식 하나만으로도 연체 관리의 결과는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