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규모 대부업·NPL 실무자의 실패 기록 아카이브14 선순위 하나를 간과해 발생한 손실 구조 1. 선순위를 ‘이미 계산된 숫자’로 착각한 심사의 출발점 대출 심사 과정에서 선순위는 가장 먼저 확인하는 요소다. 등기부등본을 열고, 가장 위에 기재된 근저당권을 확인하는 순간, 실무자는 자동적으로 계산을 시작한다. 설정 금액, 채권최고액, 잔액 추정, 감정가 대비 비율. 이 모든 과정은 빠르고 기계적으로 이루어진다. 나 역시 그랬다. 선순위 근저당은 분명히 존재했고, 금액도 명확했다. 그래서 나는 그 선순위를 ‘이미 반영된 숫자’로 취급했다. 문제는 바로 이 지점에서 시작된다. 선순위를 숫자로만 인식하는 순간, 그것은 더 이상 위험 요소가 아니라 단순한 계산 항목이 된다. “선순위가 이 정도니까, 후순위인 내가 들어가도 아직 여유가 있다”라는 결론은 생각보다 쉽게 내려진다. 하지만 이 결론에는 치명.. 2026. 2. 1. 시세보다 ‘호가’를 믿은 결정적 실수 1. 시세 대신 호가를 선택했던 첫 판단의 출발점 이 대출을 검토하던 시점의 나는 숫자를 보고 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거래된 숫자가 아니라 불려진 숫자를 보고 있었다. 인근 매물들의 호가는 일정 수준 이상으로 형성되어 있었고, 중개인은 그 가격대를 자연스럽게 ‘시장 가격’처럼 설명했다. 실제 거래 사례와의 차이를 인식하지 못했던 것은 아니다. 다만 그 차이가 이 대출의 성패를 가를 정도로 중요하다고까지는 생각하지 않았다. 시세는 과거의 결과이고, 호가는 현재의 기대다. 이 둘은 명확히 구분되어야 한다. 하지만 당시의 나는 호가를 시세의 상한선이 아니라, 시세의 진행형으로 받아들였다. “지금은 거래가 없지만, 이 가격대가 기준이 될 것이다”라는 말은 논리처럼 들렸고, 나는 그 논리에 기대를 덧붙였다. 이.. 2026. 2. 1. 담보가 있다고 안심했던 대출의 최후 1. 담보가 있다는 이유로 리스크를 과소평가했던 첫 선택 대출 실행 당시, 나는 이 건을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거래로 분류했다. 차주의 재무 상태가 완벽하지 않다는 점은 인지하고 있었지만, 담보가 그 불완전함을 보완해줄 것이라 믿었다. 감정가 기준 담보 여유는 충분했고, 선순위 채권도 명확했으며, 서류상 권리관계 역시 단순해 보였다. 그래서 이 대출은 “관리만 하면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는 판단 아래 실행되었다. 하지만 이 판단에는 치명적인 전제가 숨어 있었다. 담보를 위험을 줄여주는 요소로만 해석한 것이다. 담보는 분명 리스크 관리 수단이지만, 동시에 판단을 흐리게 만드는 요소이기도 하다. 나는 담보의 존재로 인해 차주의 상환 능력, 현금 흐름의 지속성, 사업 구조의 취약성을 상대적으로 덜 중요하게 .. 2026. 1. 31. 연체 관리 매뉴얼이 없을 때 벌어지는 일 1. 매뉴얼이 없을 때 연체는 항상 ‘예외 상황’이 된다 연체 관리 매뉴얼이 없다는 것은, 연체가 발생할 때마다 매번 새로운 상황을 맞이한다는 뜻이다. 기준이 없으니 판단은 그때그때 달라지고, 대응 방식은 담당자의 경험이나 감정에 의존하게 된다. 처음 연체가 발생했을 때 나는 그것을 ‘특이 케이스’로 받아들였다. 아직 전체 흐름에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했고, 기존의 관계와 상황 설명을 고려해 유연하게 대응하면 된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매뉴얼이 없는 상태에서의 유연함은 곧 일관성 없는 대응으로 이어진다. 어떤 채무자에게는 강하게 말하고, 어떤 채무자에게는 기다려주며, 어떤 경우에는 기록조차 남기지 않는다. 문제는 이 모든 판단이 즉흥적으로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연체는 시스템의 문제인데, 대응은 .. 2026. 1. 31. 채무자의 태도가 바뀌는 순간을 놓친 이유 1. 태도가 바뀌기 전까지는 아무 문제도 없어 보였던 이유 채무자의 태도가 바뀌는 순간은 대부분 명확하지 않다. 갑자기 연락이 끊기거나, 노골적으로 회피하는 경우는 오히려 드물다. 문제는 그 이전이다. 연체가 발생하기 전이나, 연체 직후까지도 채무자는 비교적 성실한 태도를 유지한다. 연락은 잘 되고, 말투는 공손하며, 상황 설명도 논리적이다. 그래서 실무자는 이 시기를 ‘아직 괜찮은 상태’로 인식하기 쉽다. 나 역시 그랬다. 이 단계에서 가장 큰 착각은 태도와 상환 능력을 동일시하는 것이다. 말이 부드럽고, 설명이 정리되어 있으며, 약속을 분명히 하면 아직 통제 가능한 상황이라고 판단해 버린다. 하지만 태도는 심리의 표현일 뿐, 재무 상태의 증거는 아니다. 자금 구조가 이미 흔들리고 있음에도, 채무자는.. 2026. 1. 30. 연체 초기 문자 한 통이 손실을 키운 과정 1. 연체 초기, 가장 먼저 선택한 ‘문자’라는 수단의 위험성 연체가 발생했을 때 내가 가장 먼저 선택한 수단은 전화가 아니라 문자였다. 이유는 단순했다. 상대를 자극하지 않고, 기록이 남으며, 감정적인 충돌을 피할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소규모 대부업 실무를 하다 보면 관계의 균열이 곧 회수 가능성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불안이 항상 따라다닌다. 그래서 나는 연체 사실을 통보하는 첫 메시지로 최대한 부드러운 표현을 선택했다. “오늘 상환 예정 금액이 입금되지 않았습니다. 확인 부탁드립니다.” 이 문장은 겉보기에는 문제될 것이 없어 보인다. 사실 전달도 되었고, 예의도 지켰으며, 상대의 반응을 기다릴 여지도 남겼다. 하지만 이 문장이 가진 치명적인 문제는 연체를 연체로 규정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2026. 1. 30. 이전 1 2 3 다음